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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로 오래 가는 제품 - 저전력은 부품 선택이 아니라 상태 설계에서 결정됩니다

배터리로 오래 가는 제품 - 저전력은 부품 선택이 아니라 상태 설계에서 결정됩니다배터리로 작동하는 제품을 기획하시는 창업자분들께 "저전력"은 대개 부품의 문제로 인식됩니다. 저전력 칩을 쓰면, 좋은 배터리를 쓰면 오래 갈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부품 선택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제품의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배터리로 오래 가는 제품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잘 설계한 제품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는 하루 중 실제로 일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깁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에 제품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무엇이 제품을 깨우는지, 깨어 있지 않은 블록의 전원은 어떻게 되는지를 정하는 것이 저전력 설계의 본체입니다. 이것은 회로와..

도면의 치수와 실물의 치수는 같지 않습니다 - 공차와 조립 유격이 제품 품질을 가르는 지점

도면의 치수와 실물의 치수는 같지 않습니다 - 공차와 조립 유격이 제품 품질을 가르는 지점시제품을 받아본 창업자분들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도면대로 만든 것 맞나요? 커버가 조금 헐렁한 것 같은데요." 도면대로 만든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런데도 헐렁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문장이 동시에 참일 수 있다는 것이 기구설계에서 "공차"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세상의 어떤 제조 공정도 도면의 치수를 완벽하게 그대로 재현하지 못합니다. 모든 공정은 저마다의 편차를 가지고 있고, 설계자가 할 일은 편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의 편차를 허용할지"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허용 범위가 공차이고, 부품과 부품 사이에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틈이 조립 유격입니다. 손에 쥐..

펀딩 시제품과 배송용 리워드의 차이 - 한 대 만들기에서 여러 대 만들기로 넘어갈 때 점검할 것들

펀딩 시제품과 배송용 리워드의 차이 - 한 대 만들기에서 여러 대 만들기로 넘어갈 때 점검할 것들크라우드펀딩이 목표를 달성하면 창업자의 역할이 바뀝니다. 페이지에서 제품의 가치를 설득하던 사람에서, 후원자에게 약속한 물건을 만들어 보내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 전환점에서 많은 창업자분들이 처음 마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펀딩 페이지에 등장했던 시제품과 후원자에게 배송될 리워드는, 같은 제품이지만 "만드는 방식이 다른 물건"이라는 점입니다.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시제품에서 리워드로의 전환은 펀딩이 끝난 뒤에 시작하면 늦습니다. 생산 방식, 부품 수급, 검사 기준 같은 결정들은 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항목들이어서, 펀딩 페이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병행해 두어야 종료 후의 흐름이 매끄러워집니다. 이번 ..

과제용 시제품과 사업용 시제품의 차이 -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지가 설계를 가른다

과제용 시제품과 사업용 시제품의 차이 -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지가 설계를 가른다정부 창업과제를 수행 중인 창업자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시제품 하나로 과제 결과보고도 하고, 투자자와 고객에게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개발비는 한정되어 있고 만들 수 있는 시제품의 기회도 한정되어 있으니, 하나로 두 목적을 채우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제용 시제품과 사업용 시제품은 "보는 사람"이 다르고, 보는 사람이 다르면 요구되는 완성 기준이 다릅니다. 두 목적을 하나의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러려면 겹치는 부분과 갈라지는 부분을 처음부터 구분해서 설계해야 합니다. 이 구분 없이 만들기 시작하면, 어느 쪽 기준도 온전히 채우지 못한 시제품이 나오기 쉽습니..

데이터 측정형 시제품 시리즈 [3편] - 압력 측정 시제품, 힘의 경로 설계가 정확도를 좌우한다

데이터 측정형 시제품 시리즈 [3편] - 압력 측정 시제품, 힘의 경로 설계가 정확도를 좌우한다데이터 측정형 시제품 시리즈 1편에서는 인체 생체신호, 2편에서는 반려동물 생체신호를 다루었습니다. 3편의 주제는 "압력"입니다. 스마트 인솔이나 자세 교정 방석처럼 사람의 체중이 실리는 제품, 버튼을 누르는 세기를 감지하는 기기, 설비에 걸리는 하중을 상시 확인하는 산업용 장치까지, 힘과 무게를 측정하는 제품 아이디어는 상담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유형입니다.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압력 측정 시제품의 정확도는 센서의 사양표가 아니라 "힘이 센서까지 도달하는 경로"에서 결정됩니다. 좋은 센서를 골라도 힘이 케이스와 구조물로 분산되어 버리면, 센서는 실제 힘의 일부만 읽게 됩니다. 그래서 압력 측정 제품은 센서 선..

AI 모델 업데이트 운영, 펌웨어 OTA와 분리해서 설계해야 하는 지점

AI 모델 업데이트 운영, 펌웨어 OTA와 분리해서 설계해야 하는 지점 AI 모델과 펌웨어는 갱신 주기와 책임 범위가 다른 두 자산입니다.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제품을 운영하다 보면 한 가지 결정 지점에 도달합니다. 모델을 어떻게 업데이트할 것인가. AI 모델은 출시 시점의 상태로 영원히 유지되지 않습니다. 사용자 데이터가 누적되면 모델을 개선할 수 있고, 새로운 사용 시나리오가 등장하면 모델을 확장해야 하며, 성능 저하가 발견되면 모델을 교체해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창업자가 가장 자주 빠지는 흐름은 모델 업데이트를 기존 펌웨어 OTA에 끼워 넣는 결정입니다. 펌웨어 업데이트 채널이 이미 있으니, 모델도 같은 채널로 보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펌웨어와 모델은 갱신 주..

디버깅 인터페이스, 시제품 단계에서 결정해야 할 양산 후 진단 경로

디버깅 인터페이스, 시제품 단계에서 결정해야 할 양산 후 진단 경로 양산 후의 진단 가능성은 시제품 PCB에 어떤 인터페이스를 남겨두는지로 결정됩니다. 하드웨어 제품이 출시되고 사용자로부터 동작 이상 클레임이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입니다. 시제품 단계에서 개발자가 PCB에 직접 디버거를 연결해 펌웨어 상태를 들여다보던 그 경로가, 양산 PCB에서는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또는 외관 깔끔함을 위해 디버깅 인터페이스를 제거하고 출하했기 때문입니다. 디버깅 인터페이스가 사라진 양산품은 동작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 추적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용자에게 받은 보드를 다시 개발 단계의 상태로 되돌릴 ..

데이터 측정형 시제품 시리즈 [2편] - 반려동물 생체신호 측정 시제품의 부착 안정성 설계

데이터 측정형 시제품 시리즈 [2편] - 반려동물 생체신호 측정 시제품의 부착 안정성 설계반려동물 측정 시제품의 성패는 측정 정밀도가 아니라 부착 안정성에서 결정됩니다.데이터 측정형 시제품 시리즈 두 번째 편입니다. 1편에서 다룬 인체 생체신호와 같은 종류의 신호(심박, 호흡, 체온, 활동량)를 측정하지만, 반려동물 영역으로 옮겨오면 시제품 설계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겨갑니다. 인체 측정에서 가장 큰 결정이 인증 트랙이었다면, 반려동물 측정에서 가장 큰 결정은 부착 안정성입니다.펫테크 영역에서 가장 흔한 함정은 인체 측정 디바이스를 작게 만들어 동물에게 채워주면 될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자기 몸에 붙은 이물질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을 떼어내려고 합니다. 측정 회로가 아무리 정..

A/S와 수리를 고려한 기구설계, 분해 가능한 구조가 외관 결정을 좌우한다

A/S와 수리를 고려한 기구설계, 분해 가능한 구조가 외관 결정을 좌우한다 제품의 수리 가능성은 출시 후가 아니라 시제품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제품 외관 디자인이 매끈해질수록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거나 교체하는 일은 어려워집니다. 매끈한 외관과 손쉬운 분해는 서로 잡아당기는 두 축이고, 시제품 단계에서 이 두 축의 균형이 결정됩니다. 창업자가 외관을 우선해서 디자인을 확정한 뒤 양산을 시작하면, 출시 후 첫 A/S 사례에서 케이스를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수리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나사를 보이게 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느 부품이 어떤 빈도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시제품 단계에서 분류하고, 그 분류에 맞춰 외관과 내부 구조를 같이 설계하는 흐름이 ..

ESD와 서지 보호 회로, 시제품 정상 동작이 양산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ESD와 서지 보호 회로, 시제품 정상 동작이 양산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실제 환경은 시제품 책상 위의 환경과 다릅니다. 시제품 단계에서 모든 기능이 잘 동작하는 회로가 양산 후 사용자 손에서 갑자기 죽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처음 며칠은 멀쩡한데 어느 시점부터 USB 포트가 인식되지 않거나, 통신이 끊기거나, 부팅이 안 되는 증상이 늘어납니다. 회로 자체가 잘못 설계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 환경에서 들어오는 짧고 강한 전기적 충격을 회로가 견디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충격의 대표적인 두 가지가 ESD(정전기 방전)와 서지(과도 전압)입니다. ESD는 사용자가 카펫을 걷다가 디바이스를 만질 때 손가락에서 회로로 흐르는 짧고 매우 강한 전기 펄스이고, 서지는 전원 라인..